“사건번호 장원중 2012-4호 공동상해 사건입니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신당동 장원중학교 무용실. 3학년 이후경(15)양이 재판 시작을 알렸다. 서울 시내 중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모의 청소년참여재판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취재진과 방청객으로 법정이 소란하자 경위를 맡은 정승민(14·2학년)양이 일어나 “조용해 달라”며 주의를 줬다. 방청석 셋째 줄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김용현 가정법원장, 이대영 서울시 부교육감이 자리했다.

　대기실에서 보호소년 역할을 맡은 곽희연(15)양을 데려왔다. 이날 모의재판에 회부된 사건은 ‘왕따 및 학교폭력’ 사건이었다. 가해자 역을 맡은 보호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피해자를 때리고 다른 친구와 싸우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재판 진행인 이후경양은 “맞은 아이는 죽을 때까지 마음의 상처가 남을 수 있는데 그런 생각 해봤느냐”며 가해자의 행동을 질책했다. 처음엔 “피해자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던 보호소년도 점차 마음을 열고 “괴롭혔던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보호소년 신문이 이뤄진 후 청소년 참여인단 9명은 평의를 열고 가해학생이 2개월간 40시간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부과과제를 선정했다. ▶학교폭력 역할극 15시간 ▶학교폭력 관련 독후감 5편 ▶청소년 참여인단 활동 등이다.

　청소년참여재판은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5월부터 실시한 소년보호재판의 일종이다. 학교 측이 요청할 경우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법정을 열어 형사처벌 대신 청소년의 품행교정을 위한 처분을 내려준다. 가정법원은 이 재판에 대한 반응이 좋자 원하는 학교를 찾아가 모의재판을 열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