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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교도소에선 토익 900점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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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피해자협회 댓글 0건 조회 9,674회 작성일 12-09-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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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교도소 수감자가 영어능력평가시험인 토익(TOEIC)에서 만점에 가까운 965점을 받았다. 살인미수로 4년형을 선고받아 3년째 경기 의정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김모 씨 이야기다.

이 교도소는 1999년부터 외국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원어민 강사와 대학교수가 영어와 일본어를 가르친다. 수업 듣는 수형자들은 다른 죄수와 섞이지 않고 별도 감방을 사용한다.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누구나 해야 하는 힘든 노역도 하지 않는다. 오전 8시 반부터 온종일 어학만 공부하면 된다. 이런 특전이 있다 보니 모범 재소자들이 이 교육과정에 선발되려고 치열하게 경쟁할 정도다. 사회에 적응하려 스스로 애쓰는 수형자가 늘어나니 교정(矯正) 행정의 모범으로 꼽힐 만하다.

죄 지은 사람에게 이만한 기회를 주는 걸 보면 정부가 범죄 피해자에게도 최소한 이에 못지않은 피해 구조 제도를 운영할 것만 같다. 한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2010년 초등학교에 침입한 김수철에게 납치 성폭행당한 여자 어린이의 부모는 충분히 배상받지 못했다. 결국 1억2500만 원을 내라고 서울시에 소송을 제기해 2년여 만인 최근에야 8940만 원을 받게 됐다. 얼핏 거액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참혹한 그 피해를 생각하면 한참 모자라 보인다.


강간이나 강도치사 살인미수범에게도 ‘사회에 잘 복귀하라’며 어학공부를 시킬 정도로 화끈하게 밀어주는 정부가 피해자에게는 이렇게 미지근하게 대한다. 법원이나 검찰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여덟 살 초등학생을 무참하게 성폭행해 평생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게 만든 조두순에게 내려진 벌은 징역 12년에 불과했다.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는 검찰이 영상녹화장비 조작법도 제대로 익히지 않아 피해 어린이가 반복해 진술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배변주머니를 차고 있던 피해 어린이에게 이런 고통을 주고도 제대로 배상하지 않았다. 부모는 소송에서 이긴 뒤에야 1300만 원을 받아냈다.

놀랍다. 교도소 생활은 갈수록 윤택해지는 듯한데 피해자는 소송하지 않으면 좀처럼 국가로부터 피해를 배상받지 못한다니 말이다. 요즘의 흉악 범죄자들이 외톨이인 데다 빈털터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피해자 배상에 적극적이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김수철에게 당한 가족은 소송으로 배상금을 받았다. 소송을 내지 않으면 이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 지원될 뿐이다. 정부는 조두순 사건 피해자에게 600만 원을, 김길태 사건 피해자에게는 2000만 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조두순 김길태 같은 범죄자 한 명을 교도소에 가두는 데 들어가는 세금이 연간 2000만 원인데 정부가 평생 동안 상처를 안고 살아갈 피해자에게 준 배상금이라는 건 이보다도 못한 금액이라니 놀랍다. 정부가 들고 있는 천칭에 피해자와 범죄자를 올려놓으면 범죄자 대우가 훨씬 무겁고 소중하게 느껴질 판이다.

재소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교정하는 일은 국가 운영에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에 비해 피해자 대우가 너무 미흡해서야 정의가 바로 섰다고 할 수 없다. 국민은 세금을 내고, 사법제도를 인정한다. 국가가 사적인 보복을 막는 대신 합리적으로 범죄자를 처벌한다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이런 약속을 저버린 채 처벌도 배상도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흉악범을 피해자 측에 넘겨줘 한이라도 풀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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