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해병대캠프 참사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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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5,516회 작성일 15-04-20 16:20본문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해병대캠프 참사 뒷이야기
유족들 두번 울린 “별지 이면합의 있었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슬픔이 가시지 않고 있다. 비통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바다에 갇힌 아이들이 떠올라 죄책감마저 든다. 전형적인 ‘인재’인 이번 사고는 지난해 발생한 사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와 어느 정도 닮아 있다. 사고를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 문제는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뒷짐 지고 물러나 있다는 점이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로 인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윗사람이 잘해야 아랫사람도 잘한다는 것. 이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는 국가운영의 총체적 난국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발생한 사설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해병대캠프 실종 사고는 세월호 사고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 사고 중심에 있으면서도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닮은
해병대캠프 사고
해병대캠프 사고는 지난해 7월18일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가했던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가라는 교관의 지시를 따르다가 깊은 갯골에 빠진 뒤 그중 5명의 학생들이 파도에 휩쓸려가 실종·사망한 사건이다.
세월호 사고 당시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한 선원들의 선내방송과 오버랩된다. 당시 갯골에 빠져 허우적대던 학생들은 교관들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쳐 애원했지만 교관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호각만 불 뿐이었다.
바다에 빠진 학생들이 믿은 건 친구뿐이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손을 연결해 갯골에 빠진 친구들을 구조해냈지만 끝내 5명은 물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교관들은 5명이 실종됐다는 학생들의 말을 무시한 채 “숙소에 있을 거다”라며 숙소를 찾아보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처신을 보이면서 구조할 시간을 허비했다. 그제서야 사고 30분 뒤 해경에 신고했다. 그리고 다음날 동틀 무렵, 첫 아이의 시신을 시작으로 마지막 아이까지 모두 바닷속에서 인양됐다. 아이들은 바다로 끌려들어간 지 하루 만에 원혼으로 육지로 돌아왔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고 책임자인 훈련교 김모(38)씨와 이모(31)씨, 그리고 교육훈련 본부장인 이모(44)씨 등 세 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2년~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고로 교육부는 사설 해병대캠프에 학생들의 참가를 금지하기로 결정했고, 해병대사령부 측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해병대캠프 상표등록을 신청했다. 난무하는 사설 해병대캠프를 없애기 위한 취지였다.
당시 공주사대부고 이상규 교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족들은 사퇴가 아닌 파면을 원했다. 결국 이상규 교장은 서만철 전 공주대 총장(현 충남교육감 예비후보)에 의해 파면됐다. 그러나 사고 이후 희생자 유족들은 책임자 엄벌과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을 다짐한 정부의 약속 중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호소하며 130여일 넘게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지난 2월17일 경주 마리나 리조트 체육관이 무너지며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 16일에는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며, 안산 단원고 학생 수백명이 사망·실종됐다. 이처럼 ‘학생활동’이 ‘죽음’으로 변모한 이유는 어른들의 무책임 때문이었다.
해병대캠프 사고 유족들은 “작년 7월 강압적인 훈련 속에서 구명조끼 없이 바다로 들어갔다가 5명의 학생들이 희생된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는 이러한 잘못된 군사교육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학생들이 희생된 지 300일이 돼 가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참사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실시하고 현장검증을 통해 사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며 관련 책임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정부가 여전히 군사훈련과 안보교육을 장려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소식에 동병상련의 눈물을 흘리면서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세월호에서 실종된 단원고 학생 가족들을 위로했다. 또한 해병대캠프 참사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어린 원혼 만든
무책임한 어른들
애초에 해병대캠프 참가 학생들이 머물렀던 H유스호스텔은 돈을 벌고자 인근 앞바다를 이용해 이전부터 해병대체험을 실시해오던 해당 유스호스텔 건물을 인수했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걸림돌이 생겼다. 바다를 사용해 돈을 벌기 위해선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받은 후 해경에 수상레저사업등록을 해야 하는데, 허가기관의 이용협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사익 추구를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H유스호스텔은 국립공원 경계를 조금 벗어난 곳에 다시 허가를 신청했고, 결국 ‘공유수면점사용허가’를 받아냈다. 그리고 해경은 H유스호스텔 앞바다 사용권(수상레저사업등록)을 허락했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통해 법적 문제없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해병대체험 프로그램’이 그것. 문제는 학생들을 교육할 교관 채용이었는데 베테랑이 아닌, 갓 전역한 해병대 청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면서 문제를 만들었다.
결국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말했지만, 사정당국의 수사는 미적지근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경 합동수사본부는 사고 발생 보름여 만에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고 직후 지역 언론을 통해 ‘A사가 H유스호스텔의 실소유주다’는 정황이 알려졌지만 검·경 모두 A사에 대한 수사를 접은 채 사안을 매듭지었다.
검찰은 해병대캠프 진행 관계자 5명만 업무과실상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정작 H유스호스텔 측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았다. 때문에 각종 의혹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고 책임자들은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현재 대전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세월호 닮은꼴’ 사고 10개월째 갈등 여전
자식 잃은 슬픔과 합의 문제로 고통 나날
지난해 12월31일 발표된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유스호스텔은 A사의 종속기업이다. H유스호스텔은 청소년수련시설로 허가받은 4개동, 숙박용 2개동, 근린생활시설 6개동 등 모두 12개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H유스호스텔 등이 소유한 건물은 단 3개동에 그쳤다. 지난해 7월 해병대캠프 사고 직후 A사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금감원은 A사가 H유스호스텔의 실소유주라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4개월여 후인 지난해 11월, 정부는 A사 측에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병대캠프 사고는 잊혀지는 듯 했지만 사고로 인한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공주대 측은 유족들에게 ‘이면합의’를 했다고 전해진다.
끊이지 않는 잡음
비리의 온상
지난해 7월24일 새벽, 서만철 전 총장, 교육부 사무관, 공주대부고동창회 관계자와 유가족 대표가 보상 등에 대해 구두 합의를 한 후 별지를 작성하여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그 별지에는 국가보상금 외에 특별위로금 지급, 장학재단 설립, 의사자 지정, 공주대부고 명예졸업장 수여, 추모비 건립 등이 기재돼 있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보상 등과 관련해 약속 위반사항이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이에 유족 측은 크게 분노하면서 인권 침해 진정과 함께 거센 항의를 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내 합의해주는가 싶더니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지만 합의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유족들의 합의 과정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원만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유족들을 자식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합의 문제로 2차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문제의 전적인 책임이 공주대 측에 있는 건 아니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 서만철 충남교육감 예비후보 측은 이면합의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부처 간 떠넘기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가운데 이면합의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진 서 후보 관련 논란도 적지 않다. 서 후보의 두 자녀가 외국인학교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서 후보의 두 자녀는 대전외국인학교(TCIS)를 졸업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이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전국제학교 학비는 1인당 연 5032만원으로 전국의 외국인학교 중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이 학교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 부유층 자녀가 다니는 학교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주대 총장을 역임하고 충남교육감 후보로 나선 서 후보가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보냈는데 어떻게 공교육의 수장을 맡겠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들의 병역문제도 제기됐다. 서 후보의 아들은 2003년 미국국적을 선택하면서 병역 의무를 벗었다. 관련법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18세 전 국적포기 신고를 해야 병역이 면제된다. 서 후보의 아들은 2012년 6월, 대전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후보의 장녀는 미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2011년 한국 국적을 재취득했다.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서 후보는 자신의 자서전인 <교육솔루션>을 통해 “(미국 유학시절에 자녀들이 태어나) 미국에서 출생신고를 하는 바람에 두 아이 모두 이중국적 상태였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미련 없이 두 아이의 미국 국적 포기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국 국적이 말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학교를 졸업한 이후) 아이들이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다고 해 존중해줬다”며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한국 교육제도와 미국교육제도를 비교 연구하고 나만의 교육 철학을 가다듬는 데에도 많은 보탬에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 후보가 공주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교수 채용 비리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2012년 음악교육과 교수 채용 비리로 전·현직 교수 4명이 구속 기소됐다. 같은 해 체육학과 교수 채용 심사 오류로 합격자 번복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에는 공주대 산업과학대학 원예학과 교수 채용 관련 비리 의혹이 일어 교수들이 공주지청에 진정서를, 총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 후보는 독단적인 학교운영 등으로 학내 교수회의 불신임을 받기도 했다. 2012년 4월 공주대 교수회에서 총장불신임 투표를 진행하여 참여교수 65.5%가 찬성할 정도였다. 공주대 한 교수는 “서만철 전 총장과 관련된 비리가 수십 가지”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공주대 교수들 대부분이 서 후보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한다는 것.
비리로 얼룩진 공주대…구조적인 문제 부각
서만철 충남교육감 후보 둘러싼 의혹들 부상
비교적 최근에 논란이 된 ‘공주대 성추행 교수 사건’은 2012년 12월 미술교육과 재학생 26명이 2명의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며 학교 상담실에 피해를 호소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피해 학생 중 4명이 고소하면서 가해 교수들은 2013년 4월 각각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해 2학기, 수업을 그대로 진행하면서 공주대는 학생들의 수업 배제 요구를 묵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이어졌다. 2014년 1학기 수업도 개설될 정도였다. 이때부터 언론이 관심을 가졌고 결국 가해 교수들은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서 후보가 당시 교수들을 비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 후보가 총장직에 사퇴한 뒤에야 여론 악화를 이유로 징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주대 운영
무능력 도마
공주대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현 충남교육감 김종성은 장학사 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1심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8년형, 2심에서는 위계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받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특정 교사를 장학사로 뽑도록 지시한 혐의다.
이 산학협력단은 서 후보가 총장 재직시절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산학협력단에 낙하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11년,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 김 의원은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휴직 중 국립대 산학협력단에 억대 연봉으로 취업해 사업비 수주 로비활동을 벌이거나 유관 연구소에 취업해 자문 역할을 하면서 억대 연봉을 챙겨온 교과부 공무원들이 수두룩하다”고 밝혔다.
당시 김 의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먼저 한 국장은 휴직 전 연봉(8170만원)보다 46.9%(3830만원) 많은 1억2000만원에 1년간 공주대 산학협력단 연구협력본부장으로 취업했다. 그가 공주대 산학협력단과 맺은 고용계약서에 따르면 주당 2∼3일 근무에 월 1000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김 의원은 “연구협력본부장이란 직함이 국가 R&D사업을 따오는 영업이사로 취업한 것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을 둘러싼 비리가 나오는 이유는 충남교육청의 각종 용역을 이 산학협력단이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학협력단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의 공주대 한 교수는 “서만철 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해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기사 속 기사>
군사훈련식 병영체험, 무엇이 문제인가?
군사훈련식 병영체험, 무엇이 문제인가?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의 병영체험 참가 학생 수는 11만1300여명에 이른다. 윤명화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시내에서만 병영체험에 참가한 학생 수는 3만5500여명에 이른다. 또한 지난 3년간 국가보훈처를 통해 체험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약 3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이러한 훈련 속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불합리한 제도와 반인권적 처우에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는 법이 아니라 순응하는 법만을 배우게 된다”며 “사회의 부조리에도 ‘침묵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관리자들의 무책임한 선내 방송에 순응하다 희생당한 학생들은 전체주의적인 규율문화에는 익숙했지만, 재난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상황에 대처할 비판적 사고와 자율적 결정 능력 발휘와 관련해서는 국가로부터 제대로 교육받은 적도 훈련한 적도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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