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 방치되는 학업 중도포기·가출 학생들 … 사회적 관리시스템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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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5,680회 작성일 15-04-20 16:37본문
방치되는 학업 중도포기·가출 학생들 … 사회적 관리시스템 마련 시급
피해 학생 집 나간 뒤 범행 일당과 만나
성매매 강요에 폭행 시달리다 결국 주검
시민들 "어떻게 이런 일이" 비통 잠겨
성매매 강요에 폭행 시달리다 결국 주검
시민들 "어떻게 이런 일이" 비통 잠겨
2012년 한해에만 600여명 학업 포기
학교 현장과 지역사회 차원 대책 전무
현실적인 협의기구 등 대안 서둘러야
학교 현장과 지역사회 차원 대책 전무
현실적인 협의기구 등 대안 서둘러야
■ 여고생 성매매 강요하다 살해·암매장
지난 4월 10일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허 모(15) 양 등 여중생 3명이 어릴 때 친구였던 여고생 윤 모(15) 양과 함께 가출한 뒤 이 모(25), 허 모(24), 다른 이 모(24·이상 진영읍) 씨 등과 어울려 다니다 윤 양을 살해한 뒤 창녕군 야산에 암매장했다.
피해자 윤 양은 지난 3월 중순께 가출했다가 같은 달 29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다음날 아버지와 함께 교회에 갔다가 일행 등에 이끌려 다시 가출했다. 경찰은 윤 양의 아버지로부터 가출 신고를 받았지만 윤 양의 휴대전화가 사용 정지돼 소재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경찰은 윤 양 친구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범행에 가담한 한 여중생의 친구로부터 윤 양이 숨졌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여중생 3명을 붙잡아 윤 양 살해, 시신 유기 등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20대 남성 3명은 대전교도소에서 범행을 자백했다. 이들은 40대 남성을 모텔로 유인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빌미로 돈을 빼앗으려던 중 이 남성이 저항하자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창녕군 대지면의 한 야산에서 윤 양의 시신을 찾아냈다.
이들 남성들과 여중생들의 끔찍한 범행은 재판 도중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윤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받은 화대로 생활을 이어갔다.
이들 남성들은 윤 양과 다른 여중생들에게 1 대 1 싸움을 시킨 뒤 구경하거나 윤 양을 집단폭행했다. 냉면 그릇에 소주 2병을 부어 윤 양에게 마시도록 한 뒤 토하면 토사물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윤 양의 팔에 수차례 끓는 물을 붓는가 하면 몸 곳곳에 상처가 났는데도 '앉았다 일어서기' 벌을 100회씩 시키기도 했다. 남성들은 윤 양이 숨지자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시신의 얼굴에 뿌리고 불을 붙여 그을리게 한 뒤 시멘트를 반죽해 돌멩이와 흙으로 덮어 암매장했다.
■ 쏟아지는 경찰과 교육계에 대한 비난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은 김해시민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민 김동권(47·어방동) 씨는 "김해시민으로서 부끄럽고 두렵다. 10대 딸을 둔 아버지이다 보니 불안해서 딸이 늦게까지 나다니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은아(44·대청동) 씨는 "배드민턴 클럽에서 알고 지내는 다른 학부모들과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들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려 자녀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봐야겠다고 하더라. 한 학부모는 학원을 하나 끊고 아이를 집에 일찍 들어오게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고등학생 이 모(17·삼방동) 군은 "여고생 살인사건 때문에 학교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 선생님은 학교에 잘 나오지 않거나 조퇴를 자주 하는 친구를 불러 상담을 했다. 불안해서 전학 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과 교육계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공무원 장 모(40) 씨는 "요즘 같이 험한 세상에서는 식구 가운데 한 사람이 장시간 연락 두절이 될 경우 다른 식구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면서 "경찰로서는 수사의 매뉴얼이나 패턴이 있다고 하겠지만 애초부터 단순 가출이 아니라 실종이나 납치 사건으로 접근했어야 했던 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가출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내 식구가 연락이 두절된 것처럼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부 성 모(39·활천동) 씨는 "교육계에서는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인성을 바르게 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의 교육에 심각한 구멍이 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해중부경찰서 김흥진 서장은 "여고생 살인사건에서 드러난 잔인하고 가혹한 살인수법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김해의 치안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해버렸다"며 "김해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방범순찰을 더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출·학업 중도포기 학생 관리 사회시스템 수립 절실
<김해뉴스>는 지난해 8월 13일자 지면에서 학업 중도포기 학생들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김해지역 600여 명을 포함해 경남지역에서 2천900여 명의 중·고교생이 학업을 중도 포기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가출을 선택했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 현장 및 지역 사회에의 대책은 미비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살인사건에 연루된 여중생들도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가출한 2천900명 중 일부였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업 중도 포기 및 가출 학생들에 대한 학교 현장과 지역 사회의 대책이 사실상 전혀 없다는 게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업 중단 및 가출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해의 한 여자고등학교 교사는 "학교에서 폭력, 왕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교화·선도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지만,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도 "학교에서는 중도탈락자를 막기 위해 장기 결석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상담을 한다. 하지만 학생이 가출을 해버릴 경우 학교에서는 교화나 지도에 한계가 생긴다. 가출학생을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성기 교수는 "청소년들은 학교에 있을 때는 학생이지만 학교를 벗어나면 어떠한 정체성도 갖지 못한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사회라는 정글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노력해야 하는데, 지역사회는 청소년 문제를 학교의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2의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김해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의기구를 만들고, 학교 중도탈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이번 사건의 경우 여중생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학교 중도탈락 학생들이 범죄 등에 노출되기 전에 학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위기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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