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TF의 눈] 판사님, 면죄부 주느라 애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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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944회 작성일 15-04-22 15:43본문
[TF의 눈] 판사님, 면죄부 주느라 애쓰셨어요
입력: 2014.11.13 09:48 / 수정: 2014.11.13 09:53
[더팩트|황신섭 기자] 본디 형벌의 근본 정신은 복수다.
옛 서양 형벌에는 오딜(ordeal)이 있었다. 범죄자를 펄펄 끓는 물에 넣어 죽으면 유죄, 혹시라도 살아나면 무죄로 봤다.
이후 자력구제(自力救濟)가 등장했다. 사람 사이의 결투가 그것인데 자신이 직접 상대방을 처벌했다.
그러다 근대에 와서 국가가 법을 근거로 대신 벌을 주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 때부터 법은 '처벌'보다는 '교화'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웠다. 근대 형법의 큰 원칙인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으로 정한다)가 바로 그것이다.
권력자나 개인이 죄와 벌을 예단하는 죄형전단주의의 폐해를 없애려고 탄생했다.
우리나라도 이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판사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맞춰 판결한다. 그런데도 왜 국민은 그들 판결에 매번 울분을 토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잔혹한 살인과 아동 성범죄, 사회 지도층(화이트칼라) 범죄자를 툭하면 감형하거나 선처해서다.
국민들 사이에서 '젠장, 판결'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하다.
사법권 독립은 헌법 원칙이다. 법원 판결을 두고 좋으니 나쁘니 떠드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모름지기 법은 피해자를 먼저 보듬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대다수 선진국이 피해자와 그 가족의 입장을 판결에 담는 것도 '피해자가 먼저'라는 정신과 맥이 닿아 있다.
그렇지만 우리 법원(판사)은 세상을 등지고 산다.
도무지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동료 법조인의 비판도 무시하기 일쑤다. 자신들을 저 멀리 가장 높은 자리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절대자로 여긴다.
문제는 우리 법원의 '심급제'에 있다.
우리는 1심에서 동네 판사(지방법원)를 만난다. 2심에 가면 도시 판사(고등법원)를 본다. 마지막에 대법관을 만난다.
이게 뭐가 문제냐고?
1심 판사는 우선 2심 판사보다 직급이 낮다. 나이도 어리고 사법연수원 기수도 한참 아래다. 쉽게 말해 2심 판사가 1심 판사보다 높다. 재판도 다시 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이를 속심이라 하는데 2심이 1심 판결을 존중하지 않거나 뒤집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후배' 판결을 '선배'가 단도리한다.
대법원은 말 할 것도 없다.
1,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거나 형량이 깍이는 흔한 사례는 이런 구조 탓이다.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고 3심 제도를 뒀더니 피해자만 두 번 울린다.
외국은 다르다. 미국과 영국은 1심 판결이 2심이나 연방법원에서 달라지는 횟수가 열건 중 하나 정도다.
2심도 1심이 재판 중 법률을 위반했는지만 따진다. 우리처럼 사법연수원 기수나 직급이 판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론 모든 법원(판사)이 이러진 않는다. 현명하고 공정한 판결도 많다.
그러나 요사이 법원 판결은 이런 믿음마저 무너뜨린다.
울산 계모와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김해 여고생 암매장 살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황제 노역, 세월호 참사까지 국민이 공감하는 판결은 어디에도 없다.
감정을 내세워 원님 재판이나 여론 재판을 하자는 게 아니다.
고루한 형법 규정을 바꾸자는 얘기다. 범죄자에겐 그에 걸맞는 죗값을 주고 피해자에겐 형벌로써 위로를 줘야 마땅하다.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우리의 양형 기준은 수십 년 전 그대로다. 그마저도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이제는 법원이 옛 판례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법 이론과 현실감 있는 법 해석을 적용할 때다. 범죄자의 최소 인권보다 피해자의 최대 인권이 더 중하다.
한 범죄자의 고백이 떠오른다.
"판사의 맘을 얻는 방법은 간단해. 무조건 뉘우치는 척 해. 그런 다음 초범이니 선처를 부탁하며 눈물을 찔끔 흘려. 거기에 평소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호소해 봐. 그럼 현명하고 위대한 판사는 당신에게 집행유예를 주거나 형을 깎아줄 거야."
법전에서, 법정에서, 법원에서만 통하는 법은 더 이상 국민의 법이 아니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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