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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일본은행 성추행 피해자 ‘힘희롱 문화’에 작심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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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867회 작성일 15-10-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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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성추행 일본은행 성추행 1
 
권력·힘 바탕의 군대식 문화 심각…계약·파견직 등 '인사 약자' 눈치만
2·3차 피해자 발생 막고자 사실 밝혀


 

아시아투데이 김예람 기자 = 최근 일본계 미쓰이스미토모 은행(SMBC)에서 일본인 상사가 한국인 여직원에게 지위를 악용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병원 내 조용한 카페에서 성추행 사건의 피해 당사자를 만났다. 그녀는 지난 4월, 팀 회식을 마친 후 상사와 택시에 동승했다가 변을 당했다. “한 번만 안아봐도 되겠냐”며 껴안고 허벅지 밑으로 손을 넣는 등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신혼 6개월 차였던 피해자는 충격으로 한 달 동안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인터뷰 중 일본 특유의 ‘파와하라(힘희롱)’ 직장 문화 때문에 자신과 같은 성희롱·성추행 피해자가 항변하지 못한 채로 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3차 성희롱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용기를 내어 강경 대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추행 피해자와의 일문일답.

한창 신혼 살림을 즐길 시기에, 성추행 사건을 겪으며 혼란스러울 것 같다.

성추행 사건을 겪은 후 대학병원에서 한 달 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통원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남편과 친정, 시댁 식구 모두가 “네 잘못이 아니고, 잘못된 성희롱 문화가 문제다. 겁먹지 말라”며 응원해주고 있어 용기를 내고 있다. 

이번 성추행 사건은 ‘파와하라(힘희롱)’ 라는 일본 내 직장문화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꼽히고 있다. 힘희롱이란 무엇인가? 

파와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이라는 단어의 일본식 합성어다. 일본 직장문화는 한국 직장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보수적이어서, 군대식 문화에 가깝다. (한국인) 부하에게 상사의 힘과 권력을 사용해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고함치고 창피를 주는 일이 흔하다. 

힘희롱 문화가 어떻게 여직원 성추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인가?

힘희롱은 일본의 직장문화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가 일했던 회사의 경우 일본 본사 소속 직원(일본인)만 정규직이다. 서울지점 같은 해외지점 소속은 계약직으로 채용돼 2년 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무기계약직·계약직·파견직으로 있는 한국인들은 아무래도 일본인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일본인 2명, 한국인 1명)이 가진 계약 연장·연봉 등 최종 인사권한 아래서 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힘희롱 문화는 계약직 여자 직원들에게 특히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나?

여자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발언은 일상적인 수준이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 직원에게 ‘살찐 것 같은데 임신한 것 아니냐’고 한다거나, 소극적인 성격의 직원에게 ‘성경험이 없어서 소극적인 것 같다. 옆 부서 누구와 자고 와라’는 농담도 던진다. 어제 밤에 강남의 어떤 접대부와 즐거웠다며 선물을 보내왔다는 등 여자 직원들 앞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농담 삼아 한다.

일본 본사 임원이 오면, 일본어 잘하고 젊고 예쁜 여자직원들과 일부 남자직원들에게 ‘인비테이션’을 돌린다. 이들이 임원들 옆에 앉도록 자리배치표를 만든다. 일본 특유의 첨잔 문화 때문에 옆에 앉은 상사 술잔이 비면 계속해서 따라주고 말을 걸어줘야 한다. 만약 뉴욕지점에 일본인 상사가 왔다고 미국인 여자 직원들을 회식 자리 옆에 앉혔다면 고소감일 거다. 이런 일이 일상이어도 계약·권력관계가 섞여 우리는 웃어 넘기는 수밖에 없다.

성실하게 일하고 가정에 충실한 일본 상사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강한 것은 맞다. 여기에 어울리지 못하면 오히려 따돌림을 받기도 한다.

이번 사건을 세상에 알리려는 것은 큰 용기가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 무엇을 위해 언론에도 알리는 등 강경 대응하게 됐나? 

향후 일이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실을 덮으면 2차, 3차로 성희롱 피해자들이 계속해서 생길 것이다. 그들이 나처럼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yeahram@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