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10대 소년을 상습적으로 성폭행(유사강간)한 혐의로 법정에 회부된 남성이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가해 남성이 범행을 부인할 뿐만 아니라 사망한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권고형량이 징역 4년부터 7년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중형에 해당한다.

성폭행 피해자인 장애 소년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해자가 기소된지 1일만이다.

피해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가해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피고인측 증인도 "피해자가 성폭행 당했다는 것은 거짓으로 보인다"고 증언하면서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 사안이다.

범행을 지켜본 사람도,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사망으로 법정 진술까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기록과 증거기록만 갖고 판단해야 한다.

게다가 피해자는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이다. 수사기관에서 소년의 진술내용이 유일한 증거이지만 그 진술의 신빙성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4년 7월 지적장애 3급(지능지수 48, 사회성숙지수 48.5)인 A군(당시 18)이 제주시내 모 종합기계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며 사무실에 혼자 있는 것을 본 김모(당시 62)씨는 평소 자신을 무서워하던 A군을 위협해 4차례에 걸쳐 유사강간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피고인측 증인은 법정에서 "처음 A군을 고용할 때 장애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 A군은 평소에도 거짓말을 잘하고 아주 똑똑하다. A군은 '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1000만원을 요구했다'고 말했지만 농담으로 흘려들었다. A군의 평소 행실을 볼 때 믿을 수 없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증인이 "A군이 장애인인 줄 몰랐다"고 한 주장에 주목했다.

A군이 지적지수 48, 사회성숙지수 48.5로 지적능력 3급 장애 등급에 비교하더라도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점, 진술 녹화 CD 영상을 보면 사건을 시간 순서에 따라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또래에 비해 비교적 쉬운 단어와 어린아이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등 전반적인 진술태도와 답변내용, 질문에 대한 이해 정도 등에서 낮은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쉽게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증인이 피해자에게 일을 시켰으나 일에 집중 못하고 사무실을 더럽히고, 대변을 봤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점, 김씨가 자택과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A군과 수차례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눈 점 등에 비춰보면 A군이 정신적 장애가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A군이 경찰에서 두차례에 걸쳐 진행한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A군은 경찰 진술에서 "김씨의 성기 모양이 이상하게 생겼다. 부항 같았다" 며 성기 모양을 그려서 보여 주기도 했다. 김씨도 자신의 성기에 보형물이 있다고 시인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허일승 부장판사)는 성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장애로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소년을 협박해 반복적으로 유사간강했다.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피고인의 태도로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 속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은 이전에도 17차례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최종 형을 종료한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중죄를 저질러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5년간 성범죄 신상공개 고지, 10년간 전자발찌 착용을 명했다.

김씨는 형을 마치고 10년 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한다. 이 기간동안 김씨는 피해자의 가족을 만나거나 전화하는 등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접근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