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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쉬는 날이란 말야'…폭행 부른 아파트 경비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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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5,369회 작성일 15-11-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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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23일 오후 8시30분 서울 성북구 정릉4동 한 아파트. 경비원 박모(64)씨가 보초를 서고 있던 초소문이 벌컥 열렸다. 

곧이어 "야이, 씨X" 등의 욕설과 함께 이모(68)씨의 발이 박씨 정강이 뼈를 향해 날아들었다. 

난데없는 상황에 아연실색한 박씨가 뒤로 밀리는 와중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전화번호를 왜 알려줘. 왜. 왜?"

단단히 뿔이 난 이씨가 고래고래 외치며 박씨 머리를 수 차례 주먹으로 가격했다. 

박씨와 교대로 근무했던 이씨가 이렇게 씩씩댔던 건 2시간 전 아파트 주민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 주민이 전날 당직 근무를 하고 휴식을 취하던 이씨에게 "볼일이 있다"며 연락처를 물어봐 박씨가 이를 알려준 것이다. 이에 이씨는 "비번인데 왜 전화번호를 알려줬냐"며 술에 취한 상태로 박씨를 찾아와 10분 가량 분풀이를 했다. 

이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 폭행죄로 불구속 입건돼 성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중이다.

한편 전치 2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던 박씨는 "동료였지만 합의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그는 "전화번호도 주민이 경비실에 맡겨둔 택배가 분실됐다면서 이씨한테 물어봐야겠다고 하는 통에 가르쳐준 것 뿐"이라며 "억울하게 맞고만 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둘의 갈등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 동료들의 설명이다.

해당 아파트에서 5년 이상 근무했다는 한 경비원은 "박씨가 2년 전 부터 근무했는데 그동안 교대자랑 마찰이 많았다"며 "택배기사가 놓고간 택배를 주민들에게 직접 가져다주는 탓에 다른 경비원들이 속앓이를 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경비원 역시 "박씨가 그러는 통에 가만히 있으면 상대적으로 불친절해보이는게 사실이다"며 "그 때문에 이씨가 그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폭행 사건도 박씨의 과잉친절에서 쌓였던 감정이 분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 

사건 발생 아파트 라인에 거주하는 50대 후반의 주민은 "박씨는 심성이 고와 주민들에게 친절했을 뿐"이라며 그를 두둔하고 나섰다. 

반면 다른 라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택배가 초소에 있으면 방송을 통해 물건을 찾아가라고 하는 시스템이 엄연히 있는데, 경비원이 무슨 종도 아니고 택배를 직접 가져다주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씨도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그냥 봉사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씨는 주민들의 신임을 얻어 지난 9월 경비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일부 경비원들이 해고됐을 때도 재채용된 바 있다.

해당 아파트 관리소장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입장이 곤란하다. 그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는 한 세대를 위해 있는 게 아니니 초소를 지키라고 강조하는 편"이라며 "그러나 아무래도 세대 개인 입장에선 택배를 갖다주는 사람이 좋지 않겠나. 이씨나 박씨 모두 자기 나름대로 역할에 충실하려 했던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