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관리직에게 모욕·폭행까지…광주시내버스 기사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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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5,200회 작성일 15-11-23 14:28본문
지난 20일 광주 동구 월남동 시내버스 차고지에서 D운수 임원 A씨가 버스기사를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H교통 소속 기사 B씨는 월남동 버스차량기지에 있는 세차기를 사용하려다가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최근 광주시가 버스운전기사들을 위해 각 차고지에 설치해놓은 세차기기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A씨가 나타나 ‘H사가 사용하는 시간이 아니다’면서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을 뿐 구타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 분석과 함께 당시 현장에 있던 증인들을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날 폭행 사고와 관련, 버스 기사들은 “광주시내버스에서 기사들을 하대하거나 욕설·폭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광주지역버스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 버스노조 등은 “A씨처럼 기사들이 회사 임원이나 관리직에게 욕설·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0년 C버스 대표는 배차 준비 중이던 버스기사 ㅈ씨에게 “XX새끼야 이 개XXX XX야. 양아치 같은 놈아”라고 욕설해 모욕죄로 처벌받았다. 피해자인 ㅈ씨가 ‘회사로부터 부당징계를 당했다’며 전남지방노동청에 구제를 신청해 승소했다는 게 욕설 이유였다. ㅈ씨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작년 S회사에선 노조 지부장이 회사가 시내버스 운전원들에게 부당행위를 일삼는다며 1인 시위(본보 2014년 3월 12일자)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관리직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근무 시간 전인 아침 8시에 불러 욕을 하고 노조원을 자기가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하며 종놈 부리듯 대하고 있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올해 D회사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운전사 ㄷ씨가 “몸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다”며 휴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장염에 걸린 ㄷ씨는 회사측에 “대기자와 운전을 바꾸고 싶다”고 했고, 회사측은 “아프면 니가 알아서 해야지”라며 묵살했다. 결국 ㄷ씨는 운전에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또 지난 10월 장등동 버스차고지에선 D회사 운전기사인 ㄴ씨가 관리직 직원에게 반말과 욕설 등 모욕적인 언사를 당한 일이 벌어졌다. ㄴ씨는 “운전을 마치고 잠깐 동료들과 쉬고 있었는데 일지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연 욕설을 들었다”며 “‘빨리 안오냐’, ‘말을 못알아먹는 XX’라는 등 모욕적인 언행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모욕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ㄴ씨는 당일 운전을 하지 못했고 다음날 광주지역버스노조에게 해당 사실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D회사 측은 “관리직이 해당 버스 운전자에게 모욕을 주거나 욕설을 한 적 없다”며 “평소에도 전 직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존댓말을 사용하고 반말을 금지시키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처럼 버스기사들이 관리직 직원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건 “직원들이 관리한다는 입장에서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운전사는 “징계를 받더라도 같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나중에 인사에서 불이익 받을까봐 문제 제기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참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관리직원에 대한 관리와 징계에 광주시가 나서서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버스노조 관계자는 “버스기사가 근무 중 불친절이나 욕을 하는 경우엔 광주시가 직원을 제재하고 있는 만큼, 관리직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