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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피해자 두번 울리는 이해 안 되는 감형? 갖가지 '선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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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817회 작성일 15-12-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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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건축과에서 무기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A(34)씨는 작년 11월 B(55)씨가 팀장인 조(組)만 초과근무수당을 받는 것에 항의했다. B씨가 A씨 멱살을 잡자, A씨는 주먹을 휘두르며 B씨를 밀쳤다. 쓰러진 B씨는 뇌출혈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 1일 폭행치상죄로 기소된 A씨에게 “피해 정도가 중하고 B씨와 합의가 되지 않아 엄히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A씨가 밀치기만 했고,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직장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폭행의 정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통상 전치 8주 정도의 부상에다 합의가 안 될 경우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건을 맡은 법원은 A씨가 ‘공무원’이라는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의학전문대학원생 여자 친구 폭행 사건처럼, 법원이 “학교나 직장에서 쫓겨날 우려가 있다”는 등 여러 이유로 ‘선처’하면서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경우가 있다. 법원은 원칙에 따라 선고를 했다고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선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묻지마 폭행’ 사망 피해자 유족 “사람이 죽었는데 징역 3년, 말이 안 돼”

지난 5월 23일 새벽 4시40분 부산의 한 도로. 김모(23)씨와 또 다른 김모(21)씨는 술에 취해 자신들의 일행과 시비가 붙은 C(31)씨를 넘어뜨린 다음 무릎과 발로 머리를 계속 때렸다. C씨는 치료를 받던 중 뇌출혈로 사망했다. 두 사람은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법원은 지난달 27일 “두 사람은 자신의 폭행 행위로 C씨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족들이 깊은 절망감에 빠져 있고 엄벌을 원하고 있다”며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상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3~5년이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어느 정도 반성하는 점, 술에 마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두 사람 모두 젊어 교화·개선의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유족들은 “이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나. 사람이 죽었다. 빵을 훔쳐도 3년은 더 살더라”며 재판부를 향해 항의했다.

작년 세월호 참사 당시 1등 항해사였던 신모(35)씨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로 감형됐다. 세월호 참사 하루 전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세월호에 승선해 세월호 구조와 비상사태 발생 시 임무, 다른 선원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신씨가 작년 3월 다른 여객선에서 근무할 당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제대로 걷지 못하는 점도 고려됐다. 신씨가 지난 10월 만기 출소하자, 네티즌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승무원인 신씨가 승객 구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탈출한 것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법원, 양형 기준 계속 강화…양형 기준 넘어서는 중형 선고도

범죄 피해자들은 법원이 각종 이유를 들어 선처한다고 불만이지만, 법원은 나름 기준을 갖고 판결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학교 제적이나 직장을 고려해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집행유예로 학교에서 제적되거나 직장을 잃게 되면 당사자는 생계유지 수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법관으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경우 가해자가 집행유예 기간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형의 선고 효력이 없어지게 된다. 벌금형으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들쑥날쑥한 ‘고무줄’ 양형에 대한 비판이 일자, 2009년부터 양형 기준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그동안 성범죄·살인죄 등에 대한 양형 기준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성범죄 양형 기준은 4차례, 살인죄 양형 기준은 2차례나 상향 조정됐다. 최근에는 사회 통념을 벗어난 범죄에 대해선 양형 기준을 넘어선 형량을 선고하기도 한다. 최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대학 제자가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인분(人糞)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모(52) 전 교수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대법원 양형 기준 상한선(10년4개월)과 검찰 구형량(징역10년)을 넘는 중형(重刑)이다.

성범죄를 담당하는 한 여성 변호사는 “요즘 성범죄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유죄로만 판단하면, 실형이 대부분일 정도로 형량이 높다”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양형 기준 도입 이후 형량이 예전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일선 법관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