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0

아시아투데이 김범주 기자 = 셋톱박스를 설치해주면서 알게 된 현관문 비밀번호를 이용해 침입해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원심보다 형량을 늘려 선고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3)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 등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2월 4일 오전 4시 50분께 이전에 셋톱박스를 설치해주면서 B씨(24·여) 집의 현관문 번호키 비밀번호를 알게 됐다.

B씨 집에 침입한 A씨는 잠든 B씨를 깨워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뒤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A씨는 피임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B씨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못 하도록 휴대전화 유심칩을 감추고 도주했다.

당시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으나 A씨가 2년여 뒤 여중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시도하면서 꼬리를 잡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3일 오후 7시께 귀가 중인 여중생을 뒤따라가 “소리 지르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인근 야산으로 끌고가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당시 여중생이 내린 버스 정류장 인근 숙소에서 생활한 A씨는 경찰 수사 초기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수상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태연히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중생 교복에서 A씨의 DNA가 발견되면서 잇단 성범죄는 막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누구보다 보호돼야 할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온정적인 대처를 하거나 관용을 보이는 것은 동종 유사 범죄를 예방한다는 관점에서나 피고인의 재범을 예방한다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