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범죄 심각성 인식, 소득수준 따라 달라… 종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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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485회 작성일 15-04-22 16:56본문
범죄 심각성 인식, 소득수준 따라 달라… 종교도 영향
형사정책연구원 20세이상 1495명 상대 설문조사
저소득·고소득층은 높고 중간계층 상대적으로 낮아
"범죄 위험 직접 노출되거나 지켜야할 것 많은 탓"
개인종교 따라서도 편차… 기독교 신자 가장
저소득·고소득층은 높고 중간계층 상대적으로 낮아
"범죄 위험 직접 노출되거나 지켜야할 것 많은 탓"
개인종교 따라서도 편차… 기독교 신자 가장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의 구성원들은 절도나 살인 등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피해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800만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의 구성원들도 범죄를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다. 지킬 게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중간 소득 계층은 이들보다 범죄에 대해 덜 민감했다.
이처럼 소득수준에 따라 범죄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차이는 15년 전보다 훨씬 커졌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사회 양극화로 인한 갈등이 깊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범죄의 심각성 및 형벌의 적정성에 관한 국민의식 연구'에 따르면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폭행이나 강도, 사기, 강간, 살인 등 거의 모든 범죄에 대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의 가구가 그 뒤를 이었고, 중간 소득 계층에서는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는 형정원 박성훈 부연구위원 책임연구자로 참여하고, 김한균 형정원 부연구위원과 형정원에 파견 근무한 김영규(49·사법연수원 24기) 부산동부지청 차장검사, 박철현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등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는 지난해 7~8월 서울과 6개 광역시에 사는 20세 이상 성인 14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90개의 범죄 유형을 제시하고 '마트에서 1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범죄'를 10점으로 봤을 때 해당 범죄가 얼마나 더 심각한지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200만원의 물품을 훔친 범죄에 대해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는 평균 147.74점을 줬다. 800만원 이상 가구도 평균 98.86점을 매겼지만 100만~300만원 미만, 300만~500만원 미만, 500만~80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각각 82.47점, 71.82점, 67.92점을 줘 상대적으로 범죄 심각성을 낮게 평가했다. 살인의 경우도 100만원 미만 가구는 824.79점을 매겨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며, 800만원 이상 가구도 491.79점으로 심각성을 나타냈다. 중간 소득 계층은 각각 343.63점, 295.98점, 308.53점을 주는 등 상대적으로 범죄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999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시 연구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를 제외하고는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소득수준이나 학력, 연령 등 집단별로 별다른 인식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5년전에도 연구에 참여한 박 교수는 "월 소득이 낮은 가구는 다양한 범죄피해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월 소득이 높은 가구는 각종 범죄로 인해 위협받는 재산 등 지켜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각각 범죄의 심각성을 상대적으로 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15년간 지속적으로 빈부 격차가 심해져 계층간의 범죄 심각성에 대한 평가도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사회 집단·계층 간의 골이 깊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개인의 종교에 따라서도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주교 신자는 대부분의 범죄유형에 대해 그 심각성을 낮게 평가한 반면, 기독교 신자는 상대적으로 범죄의 심각성을 높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존속살해를 제외하고 기독교 신자들이 제시된 범죄 유형 대부분에 대해 가장 높은 점수를 매긴 것이다. 존속살해는 불교 신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훈 부연구위원은 "국민들의 범죄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범죄자에 대한 적정한 형벌을 결정할 때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며 "법을 제정하거나 양형기준 협의 과정에서 저소득층은 물론 지역, 종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존속범죄를 가중처벌하는 형법 조항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번 조사 결과 국민들은 여전히 존속범죄를 심각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의 법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입법과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