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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뉴스] '살인 운전'으로 돌변한 '보복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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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534회 작성일 15-06-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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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운전'으로 돌변한 '보복 운전' 
그날 그 사망교통사고 현장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2015년 06월 10일 (수) 09:45:18 호수:226호  5면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남해고속도로 지난해 12월 3중 추돌
 대형트럭 밑에 승용차 끼어 화재 사망
 관련자 증언·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
 끼어든 차량 위협 운전이 사고 이어져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6시 30분께 교통사고 신고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사람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고 지점은 진영휴게소 부근 부산 방면이었습니다. 사고는 4중 추돌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은 끔찍했습니다. 베르나 승용차가 17t 대형트럭 밑으로 밀려들어가 불이 나는 바람에 운전자가 현장에서 숨진 사건이었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던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보니 일단 이런 줄거리가 구성됐습니다. '4차로에서 17t 대형트럭과 베르나 승용차, 2.5t 마이티 트럭이 저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 뒤를 따르던 대형 트레일러가 시속 70~75㎞로 달리다 2.5t 트럭을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튕겨 나간 트럭은 베르나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승용차는 앞에 있던 17t 대형트럭 밑으로 빨려 들어가 불이 났다. 불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승용차 운전자 박 모(53·여) 씨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2.5 t트럭 운전자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트레일러가 세 차량을 추돌한 이유, 트레일러를 제외한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저속으로 달린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는게 핵심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사망한 박 씨를 제외한 운전자 3명을 차례로 경찰서로 불러 조사를 했습니다.
 
먼저 트레일러 운전자는 사고 당시 자신의 운전 부주의를 인정했습니다. 그는 "사고 직전 카오디오를 조작하느라 앞에서 천천히 달리던 2.5t 트럭을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안전거리 미확보 및 전방 주시 소홀 등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그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어 트러일러를 제외한 차량들이 왜 고속도로에서 저속으로 달렸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가장 앞에 있었던 17t 대형트럭의 운전자 임 모(41) 씨를 소환 조사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저도 피해자입니다. 트럭에 화물이 많이 실려 있었거든요. 그래서 점검을 하려고 진영휴게소로 진입하기 위해 시속 40~50㎞로 속력을 줄여 달리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2.5t 트럭 운전자의 진술은 임 씨의 진술과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 2차로로 달리던 베르나 승용차가 3차로로 달리던 17t 트럭 앞으로 끼어들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17t 트럭이 2차로로 차로를 바꿔 달리더니 비상등을 켜고 베르나 승용차로 가까이 접근하더라고요. 17t 트럭은 승용차를 밀어붙였습니다. 승용차는 4차로로 도망을 갔어요. 17t 트럭은 승용차 앞으로 끼어들더니 갑자기 속력을 줄여버렸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고가 났습니다."
 
2.5t 트럭 운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17t 트럭 운전자가 끼어들기를 한 승용차 운전자에게 보복운전을 하는 바람에 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진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도로교통공단에 공학적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사고 현장 주변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당시 영상이 없었기 때문에 도로교통공단의 도움을 받아 명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야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 1월 차량 파손상태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17t 트럭의 차량운행기록계를 분석하고 현장 검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는 3월 나왔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이 17t 트럭의 차량운행기록계를 분석한 결과는 이랬습니다. '17t 트럭은 사고 이전에는 시속 134.7㎞로 달리며 4차로로 이동했다. 사고 직전 32초 동안에는 시속 14㎞로 달렸다.' 결국 "시속 40~50㎞로 속력을 줄여 달렸다"는 임 씨의 진술은 거짓이었던 셈입니다. 다시 임 씨를 경찰서로 불러 감속한 이유를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검찰의 지휘를 받아 형법상의 일반교통방해치사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의 흉기 등에 의한 협박 등 4가지 혐의로 임 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요. 지난 4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습니다. 법원은 임 씨의 보복운전 가능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보복운전을 해서 상대 운전자를 숨지게 하면 일반교통방해 치사죄가 적용됩니다. 재판을 해봐야 하겠지만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형벌이 적용되는 매우 무거운 죄입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보복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남의 인생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 더운 여름이 다가옵니다. 짜증나더라도 그저 참는 게 최고입니다. 참을 인(忍)이 3번이면 살인을 막는다고 하지 않던가요. 단순히 격언이 아니라 보복운전에 있어서는 현실입니다.
 
김해뉴스 /김명규 기자 kmk@gimhaenews.co.kr
 

※이 기사는 남해고속도로 사망교통사건을 조사해 5개월여 만에 진실을 밝혀낸 김해서부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류점열 경사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