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자와 일정 금액을 주고 합의를 했다면 법적인 위자료 배상 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모씨(41)에 대해 원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송씨가 피해자에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취소했다.

송씨는 지난해 9월 한 버스 안에서 옆 좌석에 앉은 A씨(당시 19세)에게 말을 걸면서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송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피해자에게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송씨의 벌금을 100만원으로 감액했다. 피해자가 송씨와 합의한 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해 왔다는 점이 주된 감형사유가 됐다. 다만 2심 재판부도 위자료 100만원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송씨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따른 것으로 배상명령은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 물적 피해 및 위자료 등에 대해서만 한정된다. 만약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범위가 명백하지 않으면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재판 기록 등에 의하면 피해자가 '합의금 500만원을 받고 송씨와 원만히 합의했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결국 이 사건에서 송씨의 배상책임 유무 및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