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몰카 당하고 신상 털리고...성범죄 피해자에게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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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804회 작성일 15-10-12 16:48본문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한 여성 감독이 관객 숙소에서 휴대폰 ‘몰카’ 촬영을 당한 사건이 미디어에 실명으로 보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지난 6일 오후 9시 자신의 SNS에 “전날 새벽 부산영화제 관객숙소 비플하우스 내 샤워실에서 ‘몰카’ 촬영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환풍구 창문이 열렸고 휴대폰이 들어왔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니 휴대폰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경찰과 영화제 측이 사건 대응·수습 과정에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SNS 글에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노후 CCTV의 화질이 좋지 않아 범인을 판독하기 어렵고, 모든 투숙객을 대상으로 소지품 검사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며 “경찰은 오히려 ‘몰카’ 촬영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아닌지만 물었다”고 밝혔다.
또 “영화제와 숙소 측에 ‘다른 투숙객에게 이 사건에 대해 공지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관련 안내문 하나도 붙지 않았다”며 “오히려 영화제 측은 ‘일이 적절히 처리됐으니 SNS 글을 삭제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더 황당한 일은 다음 날 벌어졌다. 지난 7일 여러 매체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의 이름, 사진 등 신상 정보를 자세히 공개했다. 광범위한 ‘2차 가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피해자는 자신의 신상을 보도한 매체에 전화해 “성범죄 피해자이고 보복 피해의 위험이 있으니 기사 내용을 익명으로 수정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아무리 SNS에 실명으로 글을 올렸지만, ‘몰카’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피해자의 권리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법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부 매체 측은 “피해자는 포털사이트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는 공인”이라고 답했다. 경찰 사이버수사팀도 “피해자가 공인이라 이 사안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하므로” 혐의없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피해자는 지난 8일 SNS에 글을 올려 “영화제 관객 숙소에서 이런 일이 있었고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해 달라고 SNS에 올린 것”이라며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를 써달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성범죄 피해자에게 이럴 수 있나”라고 규탄했다.
그는 “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등 단체를 통해 2차 피해에 관한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일 현재 이를 최초 보도한 매체는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다른 매체도 기사 중 피해자의 실명을 ‘여 감독’으로 수정하고 사진을 삭제 또는 교체했다. 그러나 공개된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져,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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