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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일요서울] 25년 만에 ‘정당한 살인’ 인정…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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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906회 작성일 15-12-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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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살인’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지난 9일 서울 노원경찰서가 ‘공릉동 살인사건’에 대해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하며 이 논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정당방위와 과잉방어의 범위가 논쟁의 포인트다.


공릉동 살인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9월24일 휴가를 나온 A씨는 새벽 5시반경 술에 취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노원구 공릉동 소재의 한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던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던 집주인 C씨와 A씨는 몸싸움을 벌였고, 자신을 방어하려던 C씨의 칼에 A씨가 찔려 숨졌다. 이 사건을 두고 여론은 C씨의 방어가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방어’의 하나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이 C씨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로 인정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9일 노원경찰서가 C씨를 정당방위로 인정하며 논란을 일단락한 것이다. 경찰은 정당방위의 근거로 C씨가 흉기를 휘두르기 전에 이미 A씨가 B씨를 죽였다는 점, C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 등을 언급했다.


특히 경찰은 C씨가 흉기를 뺏었을 때조차 A씨는 오히려 반항하는 등 방어의사로 행동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C씨가 A씨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A씨의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수단 등의 방법을 택할 수 있는 시간적 및 정신적 여유가 없었음을 지적했다. 경찰은 설사 이 과정에서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섰다 해도, 공포 등의 감정으로 인한 행위가 불가벌적 과잉방위(벌을 가할 수 없는 과잉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정당방위 행위는 ▲ 자신 혹은 타인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인정이 가능하고 ▲ 만일 방위행위가 지나칠 경우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고 ▲ 앞의 경우에도 행위가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인한 때엔 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제21조항에 따라 인정여부가 가려진다.

의붓아버지 죽인 딸

이번 판단이 세간에 화제가 된 건, 정당방위가 살인에도 적용됐다는 사실 때문이다. 앞서 1992년에 의붓아버지의 지속적인 강간행위를 방어 및 제지하기 위해 피해자인 딸이 식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의붓아버지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살해한 것’ 등의 근거로 딸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은 바 있다.


특히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는 등 급박한 순간을 방어하기 위한 살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건 전날, 피해자인 딸과 남자친구는 서울 창동시장에서 범행에 사용될 식칼과 공업용 테이프 및 장갑 등을 구입하고 함께 전화로 범행시간까지 정하는 등 정당방위의 성립요건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원심과 다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사회여론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는 입장과 ‘살인을 하는 것 대신 신고를 하는 등 다른 대응 수단이 있었기 때문에 과잉방위에 해당한다’는 양 입장이 팽팽했다. 일각에선 의붓아버지의 강간이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는 점, 정당방위의 적용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법원 판단에 우호적이지 않기도 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정당방위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히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며 “당시 의붓아버지 딸의 사건 역시 형법 제21조에 따라 적용이 가능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정당방위가 통상적으로 자신이 피해를 입은 만큼 상대에게 보복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건초더미에 있던 낫으로 살인한 사건에도 법은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때문에 이번 ‘공릉동 살인사건’의 정당방위 인정 여부가 앞으로의 법원 판단 및 사회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정당방위 인정은 1990년 경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이후 25년 만에 인정된 정당방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경북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를 강간한 남성을 싸움 끝에 흉기로 찔러 죽인 D(당시 24)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한 바 있다. 무엇보다 25년간 ‘살인의 정당방위 적용’에 보수적 입장을 내놨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입장이 정당방위 적용에 대해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의문점 있나

한편 이번 사건의 C씨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가 ‘정당방위 차원에서가 아닌, 진범이 아닐 가능성 때문에라도’ 이뤄져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인 A씨를 살해한 사람이 C씨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이후 살해범으로 지목된 C씨에 대해, 온라인에선 재수사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된 바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추측성 언론기사로 인한 오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의 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C씨의 이동경로, A씨와 C씨 간의 통화기록, 주변인 진술을 등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는 이번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행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A씨가 C씨와 알고 있던 사이로, 악감정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일각의 의혹을 일축하는 내용이다.


또한 C씨가 A씨와 B씨를 모두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 B씨로부터 C씨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 주변인들의 진술에서 사건 발생 이전에 B씨와 C씨가 싸우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 등을 들며 이를 일축했다. 이 외에도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의 결과에 따라, C씨가 B씨를 죽인 뒤 자신까지 위협하는 A씨를 죽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상에선 경찰수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어 ‘공릉동 살인사건’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