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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 올해 제주서 잇따른 부부 간 살인 사건…“그들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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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5,078회 작성일 15-12-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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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제주지역에서 부부 간 살인사건이 쉴 새 없이 터지면서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까지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현재 함께 사는 부부를 비롯해 이혼한 가정, 재혼 가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부부 간 살인이 발생했다.

더 이상 부부 간 불화가 비극으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정폭력을 ‘집안문제’만으로 덮어둬선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효과적인 위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모씨(44)는 징역 30년형이 선고되자 법정에서 오열을 터트렸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던 그였다.

고씨의 부인은 지난 3월11일 오전 제주시내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씨는 이날 아침 “일어나보니 부인이 숨져있었다”며 직접 119에 신고했고, 당초 경찰은 단순 변사로 추정했다.

그러나 부검이 이뤄지면서 경찰은 남편을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목 졸림에 의한 살인이라는 부검의의 소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인의 몸에서는 수면제 성분도 나왔다. 단순 변사사건으로 끝날 뻔한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급변한 것이다.

고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했으나 그의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술에 수면제 타기’, ‘집에서 사망 시 절차’, ‘부검 없이 사망처리 하는 법’, ‘사망시 보험금’ 등을 검색한 흔적이 다수 포착됐다.

검찰 조사에서는 고씨가 도박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1년 전 부인 이름으로 1억 원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고씨는 재판에 넘겨져서도 끝끝내 범행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17년간 함께 살아온 세 아이의 엄마를 어린 딸 옆에서 살인하고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까지 했다”며 “오랜 기간 치밀하게 계획하고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점에 비춰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고씨 가정의 사건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들썩였던 것도 잠시, 머지않아 또 다시 제주에서 아내 살해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더했다.

4월26일 새벽 현모씨(30)가 제주시내 자신의 자택에서 동갑내기 부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것이다. 현씨 역시 이날 아침 “아내가 잠에서 깨지 않는다”고 신고하며 돌연사로 위장했으나, 부검 결과 ‘폭행에 의한 뇌출혈’로 사인이 밝혀지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평소 부부싸움이 잦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음주와 양육 문제로 다툼이 있었지만 폭행으로 생명을 잃게 하는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며 현씨에게 징역 4년 선고했다.   

충격이 채 가시도 전 이혼 소송 중인 부부 간 살인사건도 발생했다.

5월13일 오후 4시쯤 김모씨(54)는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아내(50)의 가게에 찾아가 다툼을 하던 중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아내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김씨는 범행 직후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엄마를 홧김에 죽였다”고 말했고, 경찰 조사에서는 “이혼 소송 중인 아내가 돈도 갚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은 것에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일주일 뒤인 5월20일 오후 2시쯤에는 장모씨(57)가 전처(49)가 운영하는 제주시 연동 모 피부관리업소에서 아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 과정에서 장씨는 “이혼한 아내가 만나 주지도 않고 자녀들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해도 이를 들어주지 않아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자식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9월4일에는 제주시 노형동 모 식당에서 A씨(59)가 이혼한 전 부인(53)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고 스스로 자해를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전 부인과 함께 죽으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9월7일 밤 9시쯤 유모씨(58·여)는 제주시 화북동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한 남편(49)과 다툼을 벌이다 남편의 배와 머리 등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유씨는 “자고 일어나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부검 결과 ‘장 파열에 의한 대량 출혈’로 사인이 밝혀지면서 폭행사실을 시인했다.

재판부는 “배우자로써 남편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폭행해 살해한 점에 비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평소 유씨가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던 점과 피해자의 남동생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유씨의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새로운 행복을 꿈꾸며 재혼 가정을 꾸렸지만 비극으로 치달은 사건도 있다.

9월21일 고모씨(52)는 제주시 외도동 모 어린이집 2층 계단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아내 B씨(40)와 아들(14), 딸(11)은 안방과 각자 방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흉기가 집 안에 있고,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데다 유서 형식의 메모지가 발견된 것을 토대로 고씨가 부인과 의붓 자녀 2명을 차례로 죽이고 자신도 목을 매 숨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고씨와 B씨는 2012년 4월 재혼한 사이로, 고씨는 의붓딸(당시 만8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아내 B씨와 심한 다툼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사망으로 인해 묻히게 됐다.

부부의 인연을 맺은 당사자 간 살인사건이 쉴 새 없이 벌어지면서 더 이상 ‘집안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9월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열기에 이르렀다.

조희진 전 제주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제주지역 가정폭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가정이 폭력으로 얼룩지고 파괴된다면 경제적 성장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가정폭력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범죄의 원인에 대해 검찰은 “배우자 등을 지배·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낮은 자존감, 분노조절 능력 부족, 알코올 중독, 부모 간 폭력을 목격했거나 직접 학대를 당한 경험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극심한 경우 살인의 형태로까지 나타나는 가정폭력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전보성 제주지방법원 가정보호사건 전담 판사는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판사는 가정폭력이 지속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강조하며 “신고 된 가정폭력사건에 대해서 만이라도 법원, 검찰, 유관기관이 협력해 가정폭력 행위자의 성행을 교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석환 신임 제주지검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제주에 가정폭력이 유독 많은 이유는 주 3회 이상에 이르는 음주문화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건전한 음주문화를 모색하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