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여대생 살인, 십자가 변사... 지워진 살인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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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5,032회 작성일 15-04-22 17:09본문
여대생 살인, 십자가 변사... 지워진 살인의 '기억'
[서평] 잊히고 있는 사건, 잊혀서는 안 될 사건 <완전 범죄>
15.04.20 10:35l최종 업데이트 15.04.20 14:47l
김병현(llmbk)
화성 여대생 살인 사건, 문경 십자가 변사 사건, 서천 카센터 방화 사건, 전주 여대생 실종사건, 이태원 교환 유학생 살인사건...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게 했던 사건들이다. 그러나 시간이 꽤 흐른 지금, 그 결과에 대해서 알고 있는 이는 몇이나 될까. 사건 이름만 봐서는 기억조차 흐릿할 게다.
이 사건들은 발생 초기 화젯거리가 됐다는 사실과 더불어 '미제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이들 사건을 바라봐선 안 된다. 발생 초기의 관심이 사건의 미스터리함이든 범죄의 잔혹함이든 결국 '미제 사건'이 우리에게 쓴 공기를 불어넣는 이유는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란 점이다. 누군가를 무참히 살해하고 유기한 범죄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당신의 옆에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제 사건, 해결의 열쇠는 '관심'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더 이상 언론에 언급되지 않아도 미제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언론에 떠들썩하게 소개된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시들해진다.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답답함은 쌓여가고, 출구는 요원하다.
완전 범죄가 발생하면 가장 불행해지는 사람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일 것이다. 특히 미제살인사건의 경우 그 유가족들은 사건 직후부터 삶의 패턴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유가족들은 범인을 잡기 위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수많은 전문가를 찾아가며, 어느 순간 담당형사보다도 더 많은 단서와 정보를 가지게 된다. 답답한 마음에 혹한과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형사사법기관이나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원통함을 해결해달라고 피눈물을 흘리며 높으신 분들에게 간청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 <완전 범죄> 중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런 '미제 사건'을 소개하던 박현빈은 28개의 이야기를 모아 <완전 범죄>를 썼다. 멀리는 1972년의 '춘천 파출소장 딸 살인 사건'에서부터 최근인 2014년의 '청주 여고생 실종 사건'까지 다양한 시대의 사건을 모았다. 당연히 사건들은 지금까지 모두 해결되지 않았다.
저자는 책의 제목에 대해 말하길, '완전 범죄'를 원해서가 아니라 이런 단어를 없애기 위해서라고 했다. 과학이 발달하고 수사기법이 진화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게 초동 수사의 미흡함이건, 정보의 부족이건 말이다.
그래도 사회가 관심을 놓지 않는다면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 풀리지 모르는 일이다. 해결되기 힘들어 보이는 문제가 사람들의 제보로 마무리된 사례가 여럿 있지 않은가. 머리말에 따르면 벌써 이런 순기능은 일어나는 듯하다.
그런데 내가 운영하는 페이지의 규모가 계속 커질수록, 내가 쓰는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줄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보고 크게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했으며, 몇몇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을 알려주어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심지어는 내가 언급했던 사건이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매스컴을 타게 됐고, 수많은 유저들의 청원으로 재수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 <완전 범죄>에서
책은 '사건의 전말' 꼭지를 통해 사건의 개요를 되짚고 수사 경과를 요약해 알려준다. 다음에 이어지는 '미스터리' 꼭지에서는 사건이 왜 아직도 미궁에 빠졌는지, 논란이 된 부분을 정리한다. 마지막에는 현재의 상황이나 단서로 보이는 부분을 따로 모아 소개한다.
그렇게 우리는 28개의 퍼즐이 탄생하던 그 날로 돌아간다. 저자는 분자 구조를 재구성하는 게임인 '폴드잇'을 전공자들이 아닌 게이머들이 참여해 에이즈 치료에 결정적 실마리가 되는 단백질 분해 요소의 구조를 발견하게 된 예를 들었다.
10여 년간 많은 과학자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수많은 게이머들이 단백질 구조를 이리저리 끼워 맞춰 3주 만에 해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책은 독자들의 참여로 완전해질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자신은 최대한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담으려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말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새로운 정보가 거의 없고 이미 언론이나 TV 프로그램의 추적을 통한 단서를 정리한 내용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추리를 통해 자신만의 의견을 덧붙이거나 취재를 통해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면, 책은 더욱 견고해지고 그 저작 취지에도 부합했으리라 생각한다. 책이 조금 비어 보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완전 범죄> (박현빈 지음 / 연두m&b 펴냄 / 2015.01 / 1만 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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