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순수민간 피해자지원 단체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언론보도

[여성신문] 가출 10대 소녀가 위험하다 -‘검은손’ 표적 된 거리의 소녀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466회 작성일 15-06-03 15:07

본문

가출 10대 소녀가 위험하다 -‘검은손’ 표적 된 거리의 소녀들
거리의 소녀, 성매매 집결지 주변 떠돈다… 가출팸 안에서 성을 돈벌이 수단으로
소녀의 성을 사고파는 성인 알선책과 성 매수남들… 10대 성매매는 분명한 성 착취
 
1337호 [사회] (2015-04-29)
 

가출한 10대 소녀들이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가출팸’(가출패밀리)을 통해 조건만남 성매매에 나섰다가 폭행과 강간, 살인 등 흉악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건이 잇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가출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정비해 이들이 더 이상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모텔에서 가출 여중생 한모(14)양이 조건만남으로 만난 30대 남성에게 목 졸려 숨진 사건이 일어났고, 지난해 4월에는 경남 김해의 여고생 윤모(15)양이 가출 후 함께 지내던 20대 남성들의 강요로 성매매에 시달리다 급기야 잔혹하게 살해된 후 암매장돼 충격을 줬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가출 인구는 22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체 청소년 인구의 약 2%에 이르는 수치다. ‘2015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 10명 중 1명(11.0%)은 지금까지 가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 원인은 ‘부모님 등 가족 갈등(67.8%)’이 가장 많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9.5%)’ ‘가출에 대한 호기심(6.1%)’ 순이었다.
 
4월 24일 서울 천호동 로데오 거리 입구의 아웃리치 현장에서 만난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김기남 소장은 “집을 나온 아이들은 무리 지으려는 성향이 강한데 보통 남녀 혼숙으로 다니는 편”이라며 “거리의 소녀들은 성매매 집결지 주변을 떠돈다. 요금을 못 내 스마트폰이 정지돼도 와이파이가 터지는 건물 주변이나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 머물며 조건만남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버디버디 채팅방에 ‘이랭구해요’라고 글을 올려 팸을 구하고 조건만남을 했다면 지금은 집단화·조직화된 가출팸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심지어 스무 살 성인부터 초등 고학년생까지 20명씩 몰려다니는 경우도 있다. 가출팸들은 아예 처음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성매매가 가능한지를 묻고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한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성매매의 온상지다. 채팅 앱인 ‘랜덤채팅’ ‘돛단배’ ‘심플’ ‘즐톡’ 등은 가출 소녀들이 접속해 성을 직거래하는 창구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에 따라 10대 성매매도 진화했다는 얘기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출팸 안에서 성인 남성들이 일대일 애인 관계로 묶어놓고 소녀들을 성매매에 동원한다”며 “성매매 알선업체들은 인터넷 때문에 점조직처럼 돼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집을 나와 의지할 곳 없는 소녀들에게 가출팸은 ‘유사 가족’이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울타리로 여긴다. 하룻밤 잠자리와 밥값이 절실한 소녀들은 성을 파는 일조차 둔감하게 받아들인다. 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로 받아들인다.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가 지난 2012년 성매매 피해 여성 413명의 3년치 상담 내용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최초 성매매 경험 연령은 13~19세 이하가 39%로 가장 많았으며, 성매매 피해자 2명 중 1명은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경험했다. 이처럼 빈곤 가정에서 폭력을 견디다 못해 가출한 10대 소녀들은 성매매와 연애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이현숙 탁틴내일 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가난한 집안에서 빈곤을 대물림한 소녀들은 친절한 어른들의 길들이기 과정을 통해 성을 경험한다. 위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이들은 저항이나 거부감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거리에서 범죄를 학습한 이들은 다시 또래나 자신보다 어린 소녀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가해자가 된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제1형사부가 지난 2일 김해 여고생 살해 암매장 사건에 연루된 가출 여중생들을 감형한 것도 여자 피고인들이 가해자 겸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이들을 구제할 사회적·교육적 안전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사건의 참혹한 결과를 나이 어린 피고인들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사정임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이 센터장은 “2000년대 초중반 티켓다방에 진상 손님이 많아 성인 여성들은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때 10대 여자아이들이 가출 후 티켓다방이나 보도방에서 성매매를 했다”며 “요즘 가출 소녀들이 채팅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한다고 비행 청소녀로만 몰아선 안 된다. 이는 자발적 성매매가 아니라 분명한 성 착취다. 10대 소녀들의 성을 사려는 성인 남성들이 너무나 많다”고 비판했다.
 
단순 일탈형 가출 소녀들이 일정한 시간 후 가정으로 돌아가는 데 반해 가출이 장기화돼 거리를 떠도는 10대들은 돌아갈 집이 없다. 하지만 이들을 보듬는 정책이나 지원 체계는 부실하다.
 
우선은 학교가 이들이 편안히 숨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특히 쉼터를 이용하는 가출 소녀들은 자립 대신 7일까지 머물 수 있는 일시 쉼터를 돌아다닌다. 자립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중장기 쉼터는 “답답하다”며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 100여 개에 달하는 쉼터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조 대표는 “범정부부처가 10대 성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특히 10대 성매매 피해자 문제를 성인 대상 성매매 상담소에서 지원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만을 위한 성매매 상담소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