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순수민간 피해자지원 단체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언론보도

[동아뉴스] ‘남편강간’ 첫 처벌 여부는 性的결정권 침해가 관건

페이지 정보

작성자 KOVA 댓글 0건 조회 4,559회 작성일 15-10-26 14:47

본문

“아내가 날 묶은 채 성관계를 요구했을 때 예전에 본 사이코 영화가 떠올랐다. 거부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어쩔 수 없이 응했다.” 

아내 심모 씨(40)를 강간, 감금치상 등 혐의로 신고한 남편 A 씨는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멕 라이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를 언급하며 몸을 떨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은 괴한들을 동원해 남편을 가두고 수일간 협박 회유한 끝에 권태기에 빠진 남편의 마음을 돌린다. A 씨는 “영화에서처럼 아내가 (성관계) 요구에 응할 때까지 나를 풀어주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덕길)는 최근 심 씨를 구속했다. 

법조계에서는 첫 ‘남편 강간’ 처벌 사례가 나올지 주목하면서 심 씨가 남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 심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법원은 “감금치상과 강요 혐의가 소명된다”고 하면서도 강간 혐의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검찰도 A 씨가 강압에 의해 성관계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심 씨는 “성관계를 할 땐 남편의 결박을 풀어줬다”고 주장했지만 남편이 성관계 후 14시간가량 더 묶여 있게 된 경위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텔에 아내와 단둘이 남겨진 A 씨가 성관계가 끝난 뒤 순순히 다시 묶였을 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관계 때도 남편이 결박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추정이다.

검찰은 남자친구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몸을 묶은 채 성관계를 시도한 혐의(강간미수 등)로 기소됐다가 8월 1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전모 씨(45)의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전 씨 사건에서 법원은 “수면제를 먹고 의식을 잃었다는 남자친구가 유독 강간을 당할 뻔한 상황만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건 의심스럽다”며 전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성관계 전후 상황과 평소 관계도 법원 판단의 중요한 요소다. A 씨는 감금 직전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영국에서 귀국해 피로한 상태였고 성관계 전까지 15시간가량 묶인 채 물밖에 마시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전 씨 사건에서 남자친구는 “묶인 채 망치로 맞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고 진술했지만 이불에서는 오히려 전 씨의 혈액이 남자친구의 것보다 더 많이 검출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최근 부부간의 강간죄가 이혼 소송에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법원도 신중하게 판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아내를 강간한 혐의로 고소당한 남편 신모 씨(62)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아내가 우는 소리를 내며 성관계를 하고 그 내용을 녹음한 것은 이혼 소송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만들기 위해 연출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